
메디컬에스테틱 영문판 론칭을 기념해 많은 국내외 강연으로 유명한 리더스피부과 노낙경 원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한국 미용 의료는 이미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식’ 성공 공식을 그대로 들고 가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리더스피부과 노낙경 원장은 한국 미용 의료계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장되는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짚으며, 기술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시대에 진입했음을 강조했습니다. K-에스테틱의 성장 원동력을 “살벌한 내수 경쟁 속에서 상향 평준화된 의사들의 술기, 장비 접근성, 이해도 높은 환자군”으로 요약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논문과 과학적 근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제품 기획이 동반되지 않으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글로벌에서 통하는 K-에스테틱에 대한 내용과 함께 메디컬에스테틱 영문판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해외에 나가시면서 5~10년 전과 현재의 한국 미용 의료에 대한 외국 의사들의 반응이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떠신가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한국 의사들의 강의나 콘텐츠는 항상 환영받아 왔다는 점이에요.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예전부터 한국 의사들이 인기가 많았고요. 큰 차이라면 예전에는 유럽이나 미국 쪽에서는 그렇게 반응이 뜨겁지는 않았죠. 좀 어색한 분위기였고, 사실 익숙하지도 않았고요. 기회 자체도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COVID를 전후로 해서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변화가 생겼어요. 기존 한국 의사들 팬층이 두텁던 아시아 지역을 넘어서 이제는 유럽, 특히 북미 지역에서도 반응이 확연히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오히려 미국 의사들이 한국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먼저 듣고 싶어 하면서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직접 참석하진 못했지만 최근에는 독일에서도 한국 의사들을 초청해서 독일의 에스테틱 닥터들과 함께 컨퍼런스를 진행했거든요. 제가 들은 바로는 반응이 정말 엄청났다고 해요. 이 말은 곧 한국이 대단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한국이 처한 여러 의료 환경이나 시스템, 그에 기반한 솔루션들이 지역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뜻이에요. 예전처럼 한중일, 혹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같은 지역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앵글로색슨이나 게르만 계열 국가들까지 포함해서 보편적인 인정과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의 술기 수준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그밖에 다른 요인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이죠. 한국의 의사들은 정말 솔직히 말해서 전 세계적으로 봐도 가장 엘리트라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가장 상위 티어에 있는 의사들이 에스테틱 분야에 밀집돼 있는 나라는 드물어요. 대만 정도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물론 훌륭한 분들이 전세계에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의료 시스템의 특수성, 약간 밸런스가 붕괴된 면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탑 티어들이 미용의료 쪽에 많이 와 있는 거예요. 그리고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적당히 하던 대로만 해서는 도태되니까 스스로 계속 진화하게 되는 거죠. 지금과 5~10년 전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made in korea’, 그러니까 K-뷰티 메디컬 디바이스 인더스트리의 성장과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몇몇 스타 의사들이 개인의 능력으로 강의 시장을 뚫는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조업체들과 함께 움직이는 선순환 구조가 생긴 거예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지금 전 세계적으로 미용 의료 디바이스를 제대로 수요에 맞게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정말 많지 않아요. 예전에는 미국이 선두였고, 유럽이 그 다음이었죠. 이스라엘이나 체코 같은 나라들이 소수 있었고요. 그런데 미국은 지금 의료기기 같은 하드웨어 산업에서 많이 빠져나간 상태예요. 최고의 인재들이 AI나 finance 쪽으로 이동했고, 제조업 자체가 줄어들었죠. 사이노슈어도 결국 루트로닉과 합병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공동 회사가 된 게 상징적인 변화예요.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탈리아의 콴타나 데카 같은 회사들이 아직 있지만 전처럼 강하게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죠. 포토나는 유럽 회사라기보단 그냥 슬로베니아에 기반한 기업이고요. BTL도 체코 회사지만 그 나라가 디바이스 산업이 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결국 산업의 구조가 바뀌고 있어요. 예전처럼 미국이 하이엔드 제품을 만들고 다른 나라들이 따라가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아요. 대신 지금은 한국이 그 자리를 아주 빠르게 차지하고 있다는 거죠. 이게 기회이기도 하지만 인더스트리 입장에서는 고민이기도 할 거예요. 이제는 단순한 카피가 아니라 진짜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의사와 제조사의 관계도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고, 출시 이후에도 계속 피드백을 주고 개량을 거듭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해요. 예전 프락셀 같은 미국 장비들이 미국 의사들과 함께 만들어졌던 것처럼 지금은 한국에서 사이노슈어루트로닉, 제이시스, 하이로닉 같은 회사들과 한국 의사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해외에서도 이제는 단순히 ‘한국 의사의 술기를 배우겠다’는 수준이 아니에요. 이제는 “이번 시즌, 한국에서 뭐가 제일 뜨고 있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온라인을 통해 바로 확인이 되니까요. 앞으로 더 활화산처럼 들썩들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잠깐 거론하셨지만, 한국 의사들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외국 의사들이 한국 의사들에 대해 가장 인상적으로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는 “무기가 많다”는 점입니다. 해외에 나가보면 저희 병원이 장비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잖아요. 저만 해도 열댓 개의 장비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장비 10개 있다고 자랑하긴 어려워요. “있을 건 다 있네” 정도로 받아들이죠. 하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아요. 일본만 해도 그런 병원 거의 없습니다. 물론 저희 입장에서는 장비가 많다는 게 다 지출이고,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구조라 환자를 많이 봐야 하니까 힘들긴 하죠. 그런데 그렇게 경쟁하다 보면 결국 실력은 늘 수밖에 없어요. 이 내막은 해외 의사들이 잘 모르죠. 유일하게 이해하는 건 대만 의사들이에요. 똑같은 환경에서 살벌하게 경쟁하니까요. 그래서 한국 의사들의 평균 실력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있다는 점은 해외에서 부러워하는 포인트 중 하나예요. 마치 대치동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학원을 많이 다니고 공부량이 많아서 수능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점은 한국에서 장비가 나오면 제일 먼저 테스트하고 써볼 수 있다는 거예요. 리쥬란, 비타란, 스킨부스터 등도 마찬가지고요. 원산지에 있다 보니 가격적으로도 유리하죠. 수출 시엔 디스트리뷰터가 끼고 비용이 붙지만 저희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으니까요.
이건 아마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일 텐데 외국에서 오래 일해온 에스테틱 닥터들과 얘기해보면 한국 의사들이 보는 환자군 자체가 부럽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예를 들어 엠페이스라는 장비를 미국에서는 그냥 “주름을 펴준다”고 설명하면서 시술하거든요. 홈페이지에도 그렇게 나와 있어요. 근데 한국에서는 그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죠. “우리가 원래 갖고 있는 근육을 트레이닝시켜서 일상에서도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리프팅이 가능한 코어 근육을 깨워주는 장비입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실제 환자들도 “그래서 제가 왔어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대답한다는 거예요. 써마지도 마찬가지죠. 리프팅 효과가 있다고 해도 “즉각적인 변화는 크지 않지만 피부가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매년 반복하면서 노화 속도를 늦추는 안티에이징 치료입니다” 이렇게 설명하잖아요. 환자들도 이걸 이해하고 받아들여요. 유튜브에서 그렇게 설명해도 “그게 무슨 말이에요?”라고 묻지 않아요. 오히려 “피부는 평생 돈 들여야 하는 거죠”라는 인식이 이미 깔려 있는 거예요. 리쥬란만 해도 해외에서는 “몇 번 해요? 3회?”라고 묻고 끝인데 한국에선 기본 3회 하고 효과가 떨어지면 또 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문화가 있잖아요. 그게 가능한 건 환자군의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에요. 이런 환자들은 망가진 걸 복구하는 게 아니라 이미 괜찮은 걸 더 좋게 만드는 치료를 받아요. 결과를 디테일하게 보는 환자들이지만 그만큼 발전을 이끄는 시장이기도 하죠. 그런 환자군이 있는 게 강남, 청담부터고, 압구정, 신사, 강북으로 퍼져나가는 속도도 빠릅니다. 특히 유튜브 덕분에 더 가속화됐어요. 그래서 인더스트리 입장에서도 한국은 참 좋은 환경인 거예요. 의사들이 바로 옆에 있으니까 장비를 만들었을 때 개념 잡고 실증하고 브랜딩하는 데 엄청 유리한 조건이라는 거죠.
원장님이 보시기에 다소 안 좋다는 부분이 있나요?
조금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여전히 페이퍼 워크, 즉 논문 양이 적다는 점이에요. 한국은 사실 피부과나 성형외과 분야에서 논문을 제일 많이 쓰는 나라 중 하나인데 미용 레이저나 EBD, 인젝터블 분야에서는 논문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 논문을 쓰는 사람은 늘 정해져 있어요. 몇몇 선생님들만 쓰고 대부분은 쓰지 않아요. 다들 아시겠지만 논문이 필요하면 보통 회사가 대학병원에 연구 의뢰를 하고, 거기에 개원의 원장님들 이름이 포함되는 구조예요. 그러니까 실제로 개원의들이 주도해서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거죠. 강의는 굉장히 훌륭한데 해외 의사들 입장에서 보면 “왜 저렇게 좋은 강의를 하는데 레퍼런스는 다 다른 사람 논문이지?”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예전 레이저 전성기 시절에 미국 의사들이 강의할 때는 자기가 연구한 논문을 직접 들고 와서 설명했거든요. 그런 게 필요해요. 제가 보기에는 앞으로 한국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한국 기업들도 이런 인식을 많이 바꾸고 있어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논문을 통한 과학적 근거가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실제로 논문 하나 없는 제조사는 이제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죠. 그런 방향으로 점점 산업 구조와 인식이 바뀌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으로 회사들을 보면 레이저보다 수익성이 좋은 쪽으로 치중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일부 회사는 기술력도 좋고 세상에 없던 것도 만드는데 소모품 등을 통해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내는 회사가 더 높게 가치책정이 되니 그런 문제가 앞으로 좀 대두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미국에서 EBD 인더스트리가 가라앉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마케팅과 브랜딩이 되지 않은 장비가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예요. 예를 들어서 요즘 30대 중반쯤 개원하신 선생님들한테 어떤 제조사가 "이거 좋은 장비예요, 한번 테스트해보세요"라고 제안하면 이렇게 얘기한다는 거예요. "저는 마케팅이 안 된 장비는 아무리 좋아도 관심 없습니다." 저도 직접 들은 이야기예요. 그게 현실이죠. 강남에서 제일 비싼 LED 광고판이 있어요. 거기에 예전엔 디올, 루이비통,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만 나왔어요. 매우 비싸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엠페이스, 써마지 FLX, 울쎄라, 세르프 광고가 계속 돌아갑니다. 이 정도 수준의 마케팅을 하려면 기술력만으로는 불가능해요. 자본이 있어야 하고, 그 자본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장을 해야 하죠. 그러면 투자자들은 뭘 보냐? 고정적인 소모품 매출이 전체의 몇 퍼센트냐를 가장 중요하게 봐요. 40% 미만이면 쳐다도 안 본다고 해요. 그러니까 소모품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회사들이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구조예요. 레이저 장비도 소모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구조적으로 억지스러울 수밖에 없죠. 유저들 입장에서는 소모품 없는 게 좋긴 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생존 문제거든요. 그래서 예측하기로는 전통적인 레이저 장비들도 어떤 방식이든 소모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거라고 봐요. 그렇지 않고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죠.
미국 사이톤처럼 소모품 모델을 레이저에 접목하려는 시도들도 있어요. 한국에서도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그런 방식이 도입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예를 들어 색소 레이저가 있잖아요. 기존에는 특정 파장을 맞춰서 치료했는데 요즘은 프락셔널 튤륨 같은 장비들이 색소에도 효과를 보이고 있어요. 원래는 박피 장비였던 게 조합을 통해 색소 치료까지 간 거죠. 그러면 일회용 팁 같은 걸 만들어서 소모품 모델을 붙일 수 있죠. 레이저와 니들 RF를 결합한다든지 그런 융합 장비들도 나올 수 있을 거고요. 물론 유저들은 저항하겠지만 만약 장비 회사들이 독점적인 위치를 갖게 되면 유저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될 수도 있어요. 기술력만으로는 더 이상 안 되는 시대고, 장비 회사들은 소모품 모델을 붙이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든 변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변화가 앞으로 미용 의료 인더스트리의 핵심 과제가 될 거예요.
· Adviser: 리더스피부과 청담도산대로점 노낙경 원장
· Source: 메디컬에스테틱 (https://www.medicalaesthetic.co.kr/web/contents/contents-detail-view?newsId=2876)